얼마 전 지역 출장에서 난감한 일을 겪었습니다. 일정을 마치고 열차 탑승까지 두 시간여가 남은 상황이었습니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주변을 둘러볼까 했는데, 아뿔싸! 문을 연 식당이 없었습니다. KTX 정차역은 아니지만 기차역이 있는 면사무소 소재지 마을에 저녁 먹을 곳이 없을 거라곤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저녁밥 대신 마을을 두 세 바퀴 빙빙 돌면서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곰곰 생각해 봤습니다.

지역소멸이 화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공포 마케팅’으로 읽힐 수도 있고, 지역에서 삶의 터전을 꾸리고 있는 이들에게는 모욕적인 언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지역소멸은 미래의 일이 아니고 우리가 마주한 현실로 봐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힘이 부족한 이들의 오래된 전략은 연대와 협력입니다. 강진과 해남, 영암이 함께 만든 ‘강해영 프로젝트’는 지역이 마주한 현실을 문화와 관광으로 극복하려는 눈여겨볼만한 시도입니다. 영암문화관광재단의 전고필 대표님이 지역의 한계를 넘어, 협업의 어려움을 넘어 시도하고 진화해가는 프로젝트의 현황과 과제를 소개해주셨습니다.

전충훈 마르텔로 대표는 ‘북위 38도 영북동맹의 탄생’을 통해 로컬이라는 어휘가 어떻게 대세가 되었는지 90년대 이후 글로벌-글로컬로 이어지는 흐름을 한 달음에 정리합니다. 지역의 고유성과 나로부터 출발하는 관점의 변화를 짚어내는 필자의 시선이 호쾌하고, 속고양(속초, 고성, 양양) 영북동맹이 갖는 좌표와 의미를 엮어내는 흐름이 시원시원합니다. 북위 38도 영북동맹의 시너지를 기대합니다.

도시를 생물에 비유한다면, 도시의 활력징후는 모세혈관처럼 깃든 작은 공간과 모임들이 얼마나 활성화되어 있는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새로운 관계와 시도가 가능한 공간’에서는 문화도시에서 커뮤니티 기반 공간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춘천과 부평, 칠곡 사업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나만 잘하면 되는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긴 제목의 글은 속초의 액션 다이닝 ‘동쪽의 밥상’ 실무자의 사업실행기입니다. 레시피 개발부터 공연준비와 실연까지 촉박한 시간 내에 다양한 파트너들과 겪은 우여곡절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내가 현장에 서 있는 것처럼 실무자의 고충이 그대로 읽히는 것 같습니다.

‘바다가 만든 밥상, 아바이 파인다이닝’은 이렇게 만들어진 ‘동쪽의 밥상’ 메뉴 소개 꼭지입니다. 속초 바다에는 실향민들이 가진 수십년의 애환이 고스란이 담겨져 있습니다. 황태껍질국수, 섭죽, 햇떼기 소금국 등 바다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파인다이닝 메뉴들을 통해 속초의 마음과 만나보는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